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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우리는 AI 1세대입니다

AI한테 이런 것까지 시켜도 되나 싶은 거부감은 'AI 1세대'만의 감각이다. 우리는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1세대였던 적응의 베테랑이자, AI 없던 시절을 살아봐서 AI의 헛소리를 검수할 수 있는 세대다. AI는 굴복할 대상도 맹신할 대상도 아니고, 부리면 되는 도구다.

Published
202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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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거절 메시지를 AI한테 시켰죠. 그런데 이런 걸 보다 보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질 거예요.

"거절 문자까지 AI한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저는 이 불편함이 아주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게 우리 세대만 느끼는 특별한 감각이라고 봐요.

우리는 'AI 1세대'입니다

AI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에요. 손으로 편지 쓰고, 발품 팔아 정보 찾고, 머리로 끙끙대며 문장을 짜내던 시절을 겪은 세대.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AI라는 게 생겼고, 지금은 옛날 방식과 새 방식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서 둘을 저울질하고 있죠.

우리 다음 세대는 달라요. 태어나 보니 AI가 이미 있는 세대. 그 애들한테 AI한테 물어보는 건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 될 거예요. 거기엔 불편함이 없어요. 불편함은 양쪽을 다 아는 우리만 느끼는 감정이에요.

사실 우리, 1세대가 처음이 아니에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1세대였던 게 AI가 처음이 아니에요. 인터넷도 우리가 1세대였고, 스마트폰도 우리가 1세대였어요. 삐삐에서 휴대폰으로,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컴퓨터를 처음 켜보던 날부터 지금까지 — 새로운 게 나올 때마다 우리는 늘 그 첫 사용자였어요.

그리고 그때마다 똑같았죠. "이걸 꼭 써야 하나, 없이도 잘 살았는데." 인터넷뱅킹이 무섭다고 한참 은행 창구만 찾다가, 지금은 폰으로 척척 이체하잖아요. 카톡이 어색하다던 분들이 이제 손주 사진 받고 이모티콘까지 보내고요.

그러니 AI 앞에서 드는 이 불편함, 우리한테 처음이 아니에요. 우리는 이미 여러 번 이 고비를 넘어봤어요. 낯선 게 결국 손에 익는 그 과정을 누구보다 많이 겪은 사람들이에요. 말하자면 우리는 '새것에 적응하는 일'의 베테랑인 셈이죠.

한 세대 안에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이제 AI까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세상이 통째로 바뀌는 걸 몇 번이나 겪은 세대도 흔치 않아요. 그 격변을 다 넘어온 게 우리고요.

우리는 뒤처진 게 아니라, '검수할 수 있는' 세대예요

여기서 많이들 착각해요. "우리는 늦었다, 뒤처졌다"고요. 저는 정반대로 봐요. AI를 제대로 쓸 수 있는 건 오히려 우리 1세대예요.

아까 그 거절 메시지에서 AI가 "죄송하지만 가격 조정은 불가합니다"라고 차갑게 뱉었을 때, 우리는 바로 알아챘죠. "어, 이건 너무 무례한데? 이러면 손님 다 떨어져." 그리고 다시 시켰어요.

'어, 이건 아닌데'를 잡아내는 눈 — 이게 어디서 왔을까요? 수십 년간 사람들과 부대끼고, 무례한 말에 상처도 받아보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마음 풀려도 본 경험에서 왔어요. AI한테는 없는 거예요. 그리고 다음 세대는 AI가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AI 말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감각이 우리보다 옅을 수 있어요.

우리는 AI를 검수할 수 있어요. 헛소리하면 잡아내고, 너무 차가우면 데우고, 거짓말하면 걸러내요. 이건 AI가 없던 시절을 살아봤기 때문에 생긴 능력이에요.

"AI가 대신 쓰면 가짜 아니냐"는 걱정

내려놓으셔도 돼요. 거절하기로 정한 것도 나예요. "기분 안 상하게 보내자"고 정한 것도 나예요. AI는 그 마음을 문장으로 옮겼을 뿐이에요.

사장님이 비서한테 편지를 받아쓰게 했다고 그 편지가 가짜인가요? 진심은 누가 타이핑했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무슨 마음을 전하기로 했느냐에 있어요. 게다가 우리는 원래도 표현을 빌려 써왔어요. 부고 문자 예문을 찾고, 축의금 봉투 문구를 검색하고, 글 잘 쓰는 친구한테 "이거 어떻게 보내지?" 물어봤잖아요. AI는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이 아니라, 그 일을 좀 더 잘하게 된 도구일 뿐이에요.

굴복도, 맹신도 아닌 — 그냥 부리면 돼요

AI 앞에서 우리는 주눅 들 필요도, 무서워할 필요도 없어요. 그렇다고 다 맡기고 믿어버릴 것도 아니고요. 우리는 그냥 부리면 돼요. 아는 게 많은 부하 직원한테 시키듯이요.

선은 분명해요. 무엇을 할지 정하는 건 나, 그걸 말로 옮기는 번거로움은 AI. 마음과 판단과 책임은 끝까지 내 거예요. AI한테 넘기는 건 손이 가는 일뿐이고요.

그 선만 쥐고 있으면 AI는 우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거들어요. 그리고 그 선을 쥘 줄 아는 건, AI 없는 세상을 살아본 우리 1세대가 제일 잘해요.

우리는 늦은 게 아니에요. 우리는 AI를 가장 사람답게 쓸 수 있는 세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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